영화, '아기기린 자라파' - 이 기린밖에 모르는 바보!
글 작성자: 레이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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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트는 지원을 받아 작성된 포스트입니다.
영화를 보는 제 주관적인 해석과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기기린 자라파
레미 베잔송, 장-클리스토퍼 리에 감독, 맥스 레나우딘 외 출연, 2013.
레미 베잔송, 장-클리스토퍼 리에 감독, 맥스 레나우딘 외 출연, 2013.
레이니아입니다. 오늘은 겨울방학 막바지에 찾아온 교육적인(?!) 애니메이션, <아기기린 자라파> 이야기입니다. 겨울방학 때가 되면 방학 특수를 노리고 많은 애니메이션과 영화가 개봉합니다. 대개 가족영화 추천, 감동적이고 재미있는 애니메이션 추천! 유명 성우 출현! 과 같은 타이틀을 걸고 많은 아동을 위해서 다양한 애니메이션과 영화가 손짓하는데요.
오늘 소개해드릴 <아기기린 자라파> 역시 이런 애니메이션 중의 하나입니다. 특이한 이력이 있다면 2012년에 열린 제 62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제너레이션 케이플러스 부문에 경쟁작으로 올라온 이력이 있는데요. 아무튼, <아기기린 자라파>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저는 시사회를 통해서 보고 왔고 글을 쓰는 지금도 개봉 전이지만, 아마 올라갈 시간은 개봉 이후가 될 것 같네요. 보신 분도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아, 그리고 글을 쓰기 전에 미리 짚고 넘어가는 이야기입니다만 자라파(Zarafa)는 기린(Giraffe)의 어원이 된다고 합니다.
셀 애니메이션
아무래도 캐릭터를 일일이 그려서 움직여야 하다 보니 손이 많이 갔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런타임도 다른 애니메이션에 비해서 그다지 길지 않은 수준인데요. 78분의 런타임은 최근 긴 영화에 길든 제게 상당히 짧게 느껴졌습니다.
중간에 많은 여정을 생략 처리한 부분이 있는데, 이 부분의 작화는 상대적으로 빈약한 측면이 보이는 점은 조금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작화가 엄청나게 뛰어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주인공인 기린을 무척 세심하고 예쁘게 그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기린이 그리기 쉬워 보이는 동물은 아닌데 보면서 내내 기린이 참 예쁘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기구를 타고 이동하는 장면 하나하나는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장점 덕분에 작화에서 아쉬운 점은 대부분 상쇄가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기린이 예쁘다는 점은 한 번 더 짚고 넘어가야겠는데요, 이 때문에 아이들이 실제 주인공인 마키에게 감정이입을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뻤던 기린)
교감
이 과정 동안 마키는 여러 가지 위기를 겪고 성장해갑니다. 그 속에서 감동과 교훈을 얻을 수 있다…가 영화의 기본 취지인데요. 소위 이 ‘주제’를 하나로 묶는 게 조금 얼개가 부족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모험하면서 마키는 자라파와 정서적 교감을 합니다. 이는 두 존재가 각자 상실한 것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는데요. 자라파는 보호자를, 마키는 가족을 잃었다는 공통점이 존재합니다.
마을이 불타고 노예상인에게 잡힌 마키는 탈출하여 기린 일행을 만납니다. 여기서 자라파와도 처음 만나게 되는데요. 노예상인에게 공격을 당해 자라파 역시 천애 고아의 신세가 됩니다. 마키는 죽은 자라파의 보호자와 약속을 하고 자라파를 데려가는 핫산의 뒤를 따라 모험을 시작하게 되지요. 이게 영화의 핵심을 이루는 첫 번째 축입니다.
이후에 영화는 모험적인 부분이 두드러집니다. 그리고 마키의 행동은 어른인 저로서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게 많아요. 이런저런 파워 게임에서 약자라는 논리로 분위기에 휩쓸려 가면서 위급할 때만 고집을 부려 일행을 위험에 빠뜨리고 희생을 치르게 하는 마키. 마키는 일행의 전형적인 트러블메이커입니다. 이 위기들을 일행들이 수습해주고 그 과정을 겪으며 마키는 성장해가죠.
그러나 이 설명은 제가 어른이기 때문에 하는 설명일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의 시각에서 파워 게임은 뭐고 힘의 논리는 뭐겠습니까. 아이들은 다만 자라파와의 관계에만 집중할 뿐입니다. 어른의 관점에선 이 배우는 요소 하나하나가 조금 부차적인 측면이 강합니다. 동물과의 교감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모험도 흥미롭지 않으며, 동물이 죽고 다시 태어난다는 윤회도 깊이가 얕을 뿐이죠.
다만 이 모든 단점이 아이들의 관점에서 본다면 다른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실화와 짜임새
실화가 각색되면서 모험과정이 좀 더 흥미로워진 점은 있지만, 실화가 각색됨으로써 본래의 사실이 가지고 있는 드라마 부분이 사라진 느낌이 아쉽습니다. 결말이 조금 허무하게 끝나버린 느낌인데요. 모험적인 상상력을 십분 발휘하는 바람에 이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 느낌이 드는 것은 짜임새 부분에서 무척 아쉬운 부분입니다.
하지만 위와 마찬가지로 또 관람 대상을 아이로 낮춘다면 상당히 희석될 수 있는 부분이겠네요. 시사회를 통해 아이들의 반응을 살펴보았더니 자라파의 위기와 감동을 이끌어내는 코드에 많은 아이가 우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주 관람층의 반응이 이렇다 보니 제가 섣불리 짜임새가 나쁘다 어쩌다 운운하긴 어려울 것 같아요.
실제 영화의 완성도를 어떻다 논하기 전에 아이들이 볼만한 가족영화로서 <아기기린 자라파>는 꽤 잘만들어진 작품입니다. 아이들이 쉽게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코드가 녹아있고 반복되는 모험과 모험에서 만나는 새로운 인물들이 많아서 아이들이 관심을 잃게 할 시간을 두지 않습니다.
게다가 너무 자극적이지 않아서 좋은 점도 있고요. 현실 자체를 왜곡할 수 없었기 때문에 감동코드도 분명히 있고 이를 (작위적이라 해도) 해피엔딩으로 이끌어낸 점도 가족영화가 가져야 할 요소를 잘 갖춘 것으로 보입니다.
약간의 말을 보태자면 번역이 어설프거나 더빙의 질이 훌륭한 것은 아니었지만, 아이들 눈에 맞추면 용납할 수 있는 수준일 것 같아요. 이렇게 적고보니 아이들의 수준을 너무 얕잡아 본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됩니다만…
그래도 자극적인 애니메이션이 난무하는 가운데 아이들을 위한 따뜻한 애니메이션으로 보기 좋은 <아기기린 자라파>였습니다. 세상에 때가 덕지덕지 묻은 어른의 입장에서 슬프진 않았지만, 기린이 참 예쁘다고 생각했어요. 가족영화로 볼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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