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넌센스 2' - 무너진 서사
글 작성자: 레이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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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을 보는 제 주관적인 해석과 연극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넌센스 2
신연정, 이나나, 백운희, 차지은, 김지오 출연, 2013.
신연정, 이나나, 백운희, 차지은, 김지오 출연, 2013.
오랜만에 인사드리는 레이니아입니다. 한동안 일도 많았고, 몸도 편한 게 아니라 목요일이 되어서야 글을 남기게 되는군요. 오늘은 수녀들의 재기발랄한 코믹극 <넌센스 2>에 대한 후기를 남겨보려고 합니다. 넌센스. 혹시 들어보신 적이 있으려나 모르겠습니다. 1986년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처음 공연된 이후로 현재까지 공연 중인 무척 유명한 뮤지컬인데요.
오늘 제가 소개해드릴 <넌센스 2>는 넌센스의 극작가인 단 고긴이 직접 손을 본 작품입니다. 넌센스의 성공으로 <넌센세이션>, <넌센스 a man> 등의 다양한 아류작들이 등장했는데요. <넌센스 2>는 다른 작품과 다르게 ‘적자(嫡子)’라고 할 수 있는 것이죠.
아무튼, <넌센스 2>를 보기 위해서 대학로에 있는 AN아트홀로 향했습니다.
(코미디 뮤지컬)
‘기상천외 포복절도 엽기적인 수녀들의 SHOW!’라는 다소 장황한 수식어를 가지고 있는데요. 제가 비록 <넌센스>를 보진 못했지만 그 인기와 명성은 들어왔기에(!) 무척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아무튼, 저도 장황한 수식어는 이쯤하고요. 직접 뮤지컬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장면의 완성도
물론 연극을 시작하면서 이 무대에 대한 설명이 등장합니다. <넌센스 2>의 시점은 <넌센스>가 끝나고 6주 후를 다루고 있으며, <넌센스>에 대한 ‘감사쇼’라는 명분으로 수녀들의 쇼가 진행되는 것이고, 이 무대는 현재 연극 ‘장화홍련’의 무대를 빌려서 진행하는 것이라는 설명인데요.
(무대)
쇼의 형식을 빌려서 수녀들이 장기자랑을 하는 장면을 골자로 그 안에 엠네지아 수녀와 관련된 이야기를 병렬로 놓고 진행하는 것이 <넌센스 2>의 기본 구조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뮤지컬에서 적극적으로 드러나는 점은 전자의 수녀들의 쇼입니다. 후자는 그 쇼에 묻혀서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문제점이 있는데요. 그러다보니 이 연극이 가지고 있는 서사성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입니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장면 하나하나의 연출은 나쁘지 않다는 점입니다. 장화홍련 무대이라는 이질적인 공간을 잘 활용하여 깨알같은 웃음 장면을 만들어냈다는 점은 무척 인상깊었습니다. 게다가 배우들의 개인기가 무척 다양하고 훌륭해서 장면 하나를 떼어놓고 보면 완성도가 높다는 생각이 듭니다.
배우들의 개인기는 말그대로 ‘각양각색’인데요. 발레부터 롤러스케이트, 노래, 복화술, 마술에 탭댄스까지… 정말 다양한 개인기를 뽐내며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습니다. 무대장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이들의 개인기는 참 볼만합니다. 배우들이 끼가 참 많더라고요.
극의 흐름과 완결성
우선 연극의 설정이 조금 초국가적(?)이라는 데 있습니다. 단적인 예를 들자면 엠네지아 수녀는 ‘컨츄리 가수’로 무척 인기가 많았다는 설정입니다만, 우리나라에 ‘컨츄리’한 음악 장르는 없죠. 미국에 있는 장르입니다. 그런데 배경은 또 한국이고, 실제로 등장하지 않지만 수녀들에게 시련을 안겨주는(?!) 인물은 일본인입니다. 이렇게 반쪽자리 번안이 간간히 보입니다.
그러다보니 우선 웃음코드를 넣은 부분에서 가끔씩 전혀 웃기지않은 상황이 발생합니다. 상황을 우습게 이끌고 가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공감하지 못해 그냥 멍하니 보게 되는 경우가 생기는데요. 이런 제대로 번안이 되지 않은 점은 전체적으로 극의 흐름이 매끄럽지 않은 느낌을 줍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다시피 각 장면의 완성도가 무척 훌륭합니다. 그런데 이 ‘잘 만든’ 장면을 하나로 연결시키는 힘은 많이 부족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넌센스 2>는 2개의 요소가 각각 서사의 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쇼의 느낌이 강해서 서사를 전달하는 부분이 많이 약한데요. 이는 연극의 완결성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소입니다. 이 부분에서 아귀가 맞지 않는 느낌을 다시 한 번 받습니다.
<넌센스 2>는 장면 하나하나에 많은 신경을 쓴 뮤지컬입니다. 반면에 장면을 잇는 힘은 상대적으로 많이 부족하지요. 장면 하나하나만 집중하고 넘어가면 크게 들어오는 단점은 아닙니다만, 전체적인 흐름을 보기 시작하면 이 뮤지컬은 생각 이상으로 엉성한 점을 많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극적 긴장을 이끌어내려고 하지만 그 인물이 등장하지도 않고 위협적으로 언급되지도 않습니다. <넌센스 2>를 보다보면 실제로 누가 나쁜 사람인지도 모르겠고, 왜 이들이 우왕좌왕하는지도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우리가 ‘스토리’라고 부를 수 있는 부분이 <넌센스 2>에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결국 뮤지컬 <넌센스 2>는 관객이 연극의 중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서 평가가 엇갈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재미있는 쇼를 본다는 생각을 한다면 <넌센스 2>는 꽤 즐거운 뮤지컬이 될 수가 있을 것 같고요. 극 구조의 완결성을 본다는 생각을 한다면 <넌센스 2>는 상당히 지루한 콩트가 되고 말 것입니다.
서사성을 조금 더 확보한다면 상당히 잘 만든 수작이 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균형을 제대로 잡지 못해서 그냥 평범한 극, 아니 오히려 통속적인 극이 되어버린 것 같아서 무척 아쉬웠습니다.
· 관련 포스트 및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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