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은교> - 갈망, 갈망, 갈망.
글 작성자: 레이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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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제 주관적인 해석과 책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은교
박범신 지음, 문학동네, 2010
박범신 지음, 문학동네, 2010
영화에 이은 책 소개입니다. 역시 적기 어렵더라구요...
존재가 갖는 욕망
영화가 조금 가볍고, 캐릭터 위주로 이야기를 풀어갔다면 책에서는 기록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니만큼 사건을 중심으로, 조금 더 진중하게 말을 고르는 느낌이 든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각주:1]
먼저 영화와 달라진 인물에 대해서 살짝 짚고 넘어가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책만 본다면 인물을 굳이 다룰 필요는 없습니다만, 제가 이 책을 읽게 된 계기가 영화였던만큼 한번쯤 짚어보겠습니다.
인물
책에서 등장하는 은교는 한결 생기 없는 인물입니다. 특히, 모든 일이 끝난 시점에서 진행되는 '현실'의 은교는 '기록'속의 은교에 비해 경박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어찌보면 '이것이 사랑의 힘인가' 싶을 정도로 은교에 대한 이미지가 큰 격차를 보입니다.
그러나 이런 격차는 영화의 이미지가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영화를 보지 않았더라면 아마 이런 느낌도 받지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만큼이나 소설에서 '은교'라는 인물은 그렇게 중요한 인물이 아닙니다. 적요와 지우가 훨씬 부각되어있고, 주제를 생각해본다면 오히려 이 둘의 관계가 돋보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 서지우
책을 읽고 영화를 본 사람이 가장 이질감을 느끼고 또 가장 성을 내는 부분이 지우와 관련된 부분입니다. 영화에서 지우는 소설보다 훨씬 안하무인에 야멸차고 계산적인 인물로 그려집니다.
그러나 그는 사려 깊은 인물입니다. 적요와 처음 만날 때, 그의 실수를 그 자리에서 지적하지 않는 배려를 보이고 후에는 큰 상처를 입은 채로 적요의 곁에 머뭅니다. 은교에 대한 지우의 마음도 생각해 보면 적요에 대한 마음이 투영되어 나온 것입니다.
그리고 최후에 적요의 안배를 눈치채고, 그 뜻을 알고있고 그 결과가 자신의 파멸로 이어짐을 알면서도 뜻을 따르는 무척 슬픈 인물입니다. 그런데 영화에서 이를 '질투에 눈 먼 수컷'으로 그려버렸으니 독자들의 마음이 오죽 안 좋았을까 싶었습니다. 책에서의 서지우는 영화에서보다 훨씬 더 매력적이고 정이 가는 캐릭터입니다.
3. 이적요
책을 읽으며 새삼 '영화감독은 은교와 적요를 이어주고 싶었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소설 속의 적요는 영화보다 더 치밀하고 정치적인 인물입니다. 또한 영화에서보다 더 정력적이며, 어떠한 일에 안배를 해 둘 정도로 지략가이기도 합니다.
그에 비하면 영화에 등장하는 적요는 정말 퇴물이라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경직된 캐릭터였지요. 영화에 비해 훨씬 야심에 차있는 그를 전 그다지 옹호해주고 싶지 않더군요.
이렇게 세 인물은 영화와는 조금 다른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이제야 인물의 균형이 맞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갈망의 좌절, 외로움
책 <은교>에 등장하는 인물은 모두 외로운 존재입니다. 적요는 자신을 원칙에 가두며 외로움과 고독을 느낍니다. 그 외로움은 은교를 만나 해소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됩니다. 그래서 적요는 은교를 갈망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은교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은교가 지우에게 '파괴'되었다고 생각하면서 갈망은 좌절되고 말지요.
지우의 경우는 어떨가요. 그는 문학의 아름다움에 취해 적요에게 깃든 제자입니다. 하지만 그는 아무리 노력해도 적요에게 다가갈 수 없습니다. 여기서 그는 좌절감과 동시에 외로움을 느낍니다. 은교와 적요의 관계를 보고 그가 추악하단 느낌을 갖지만 한편으론 그럼에도 그를 흠모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는 은교를 통해 적요의 마음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그는 은교를 통해 적요에게 다가가려고 합니다. 이 방법이 조금 모순적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지우는 자신과 적요가 다른 차원에 있다고 가정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다가가기 위해 그가 택한 방법은 1.적요를 자신의 차원으로 끌어내리거나 2.자신이 적요가 있는 차원으로 올라가는 방법이 있었습니다.
은교를 취해 적요에게 다가가길 원했던 지우는 이 모든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최후엔 적요의 안배를 발견하게 되지요. 결국 자신의 갈망은 영원히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결국 지우 역시 영원히 외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은교의 경우, 책에선 그다지 큰 비중을 차지 하지 않습니다. 집에서 맞고 쫓겨나는 등 슬픈 가정사를 갖고 있는 그녀는 적요를 만나고 새로운 세계를 접하게 되지요. 그녀가 갈망이라는 단어를 쓸 정도로 깊게 무엇인가를 원했는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적요나 지우 사이에 위치하면서 그녀는 결국 둘 모두를 잃게 됩니다. 그녀도 분명 원하는 것을 잃게 된 것이죠.
밤에만 쓴 소설
박범신 작가의 다른 책은 이름만 들어보고 실제로 읽지는 못했습니다. 특히 <촐라체>는 얼핏 보다 말았던 기억이 있는데요. 작가의 다른 책을 읽어보지 못함이 아쉬웠습니다. 조금 더 깊이 있는 해석을 해보고 싶었는데 제 배움이 얕아 마음처럼 되지 않은 점도 아쉽구요.
갈망의 3부작을 모두 읽어보았을 때, 작가는 무엇을 전달하고 싶었는지, 그리고 다시 편 <은교>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가 되는 독서였습니다. 이 글을 쓰는 동안 박범신 작가의 오래된 작품을 읽어보았는데요. 여기에 대해서도 가능하면 글을 쓰겠지만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 독서였던터라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네요. 우선은 갈망의 3부작을 구해봐야겠습니다.
· 관련 포스트 및 링크
- 영화, <은교> - 나의 영원한 처녀
- 책, <지금은 연애중> - 키스데이에 키스만 하지말고 배려를 배워봐요.
- 책, <사무라이정신은 거짓이다!> - 논리에 대해서 생각하다.
- 책, <마왕> - 과연.
- 책, <라라피포> - 사람으로 이루어진 정글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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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고 영화가 가볍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상대적으로 비교하면 그렇다는 것이고 또한 이는 매체(영화와 책)가 갖는 속성의 차이일 수도 있지요.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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