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재와 빨강> - 인간의 존엄은 과연 어디에?
글 작성자: 레이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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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제 주관적인 해석과 책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재와 빨강
편혜영 지음, 창비, 2010
재, 그리고 빨강
비틀어진 일상과 세계의 이동
비교적 현실에 가깝지만 땅 밑부터 모든 곳이 쓰레기인 C국에서부터, 아파트를 ‘추락’하며 접하게 되는 노숙자들의 세계, 그리고 다시 버려져 도달한 지하 밑 하수구까지... 이 반복적인 세계의 이동은 실제 공간의 추락을 가져오기도 하지만, 사회적 위치 역시 추락한 모습을 보인다. 배급받던 음식이 아닌 쓰레기를 찾아 헤매는 모습은 쥐와 다를게 없는 삶이다.
하수구에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쥐를 잡던 주인공은 그로 인해 다시한번 세계의 이동을 경험하게 된다. 임시 방역요원을 찾는 자들의 눈에 띄어 지상으로 끌려 올라가 은색 방역복을 받게 되는 것이다. 다시 상승한 삶. 주인공은 이전과 같아질 수 있을 것인가.
사역수동의 삶
사역수동이라는 형태는 C국에만 있는 특수한 형태로 설명된다.[각주:1] 자신이 회사에서 실수해서 보너스를 받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서 잘렸기 때문에 받지 못하는 것이다. 여기서 사건이 일어나게 된 주체는 내가 아니다. 주변 상황이 그러한 것이다.
이렇게 내가 주체가 아닌 상황에 따라 움직이게 되는 삶. 이 삶을 학습하고 C국에 입국한 나는 결과적으로 소설 말미까지 계속 주변 상황에 휘둘리고 무기력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게 되고 만다. 즉, 자신의 주체성이 소멸해버리고 마는 것이다.
재와 빨강을 모두 뒤집어 쓴 인간
여태껏 세계의 이동을 겪으며 인간성의 종말과 인간의 어두운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은 그 장면에서 절정을 맞는다. 다른 인간을 죽여서 피를 뒤집어쓴 모습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인간의 존엄은 이미 하얀 잿더미가 되어버리고, 재를 뒤집어쓴 모습은 영락없는 잿빛 쥐와 같다. 우리가 생각하는 인간은 과연 재와 빨강 그 어디쯤 있는 것인가?
<재와 빨강>의 마지막 부분 역시 주목할 만하다. 재와 빨강(피)을 뒤집어쓰고 주인공이 마지막으로 뒤집어쓰는 것은 소독약이다. 소독약을 뒤집어씀으로 인해 이전에 뒤집어 쓴 재와 피가 지워질 것인가. 맹맹해진 코를 힘껏 풀고 눈물 고인 눈으로 웃어주고는 저녁거리를 생각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이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과적으로 작가는 <재와 빨강>에서 주인공을 바라보며 인간의 실존에 대해서 질문을 던지고 있다. 편혜영의 뒤틀린 세계 속에서 우리가 기존에 지니고 있던 인간의 존엄은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고 피를 재를 뒤집어쓴 잿빛 쥐와 같은 인간의 군상을 바라보면서 우리 인간은 어디에 있는 것인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 관련 포스트 및 링크
- 책, <아오이가든> - 하드고어 원더랜드.
- 책, <소송> - 피할 수 없는 부조리의 현실
- 책,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 정말?
- 책, <유토피아> - 고전읽기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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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로 사역수동은 일본에 있는 독특한 표현이라고 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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